우리 사람들, 내 사람들 귀환 2014

베트남에, 정확히 꽝찌성 여린현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떨림이었다. 한국에 있는 내내 말로 표현못할 그리움이 있었지만 그거야 우리 얘기고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반가워 할테고, 나름 여린 거주 첫 외국인들이라는 무시못할 팩트가 있고, 혼자면 모를까 셋이 함께 다니는 이상 예전의 그 녀석들이라는 걸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간 블로그에 쓴 내용들을 봐서는 당연히 반가워 하겠구만 왠 오바냐고 생각하겠으나 쉽게 말해, 자신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어마무시했다. 우릴 기억하냐고 물어볼 틈 따위 없을 정도로 단순히 우릴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정말 반가워했다. 간단히 쓰면 이건데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선 정말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이미 우리 숙소 주인 아저씨와 아들부터가 아는 사람었다. 벅차는 가슴으로 동네로 나가니 온 사방에서 우릴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다가왔다. 인사드리러 간 센터장 아줌마 눈이 그렁그렁해질 줄은 정말 몰랐다. 허구헌날 가격으로 흥정하던 쎄옴 아저씨들이 준 돈도 돌려주며 적게 받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거기다 우릴 모르는 사람들에게 예전에 우리가 어디 살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서 설명하기 바빴다). 우리 온다는 소식에 총알같이 나가서 우리가 좋아하던 반록을 사 온 아이 엄마가 신발 신은 걸 잊었다며 맨발로 배웅을 해주는 모습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다. 짧은 시간에 인사할 사람은 많으니 밥을 못 먹고 간다고 하면 정말 너무 섭섭해 해서 죄송할 지경이었다(결국 여쩌우 아줌마들은 우릴 납치해서 데려갔다). 가끔 느억미아를 마시던 가게 아줌마는 내가 들릴 기미가 없자 내가 앉아있던 카페로 넘어와 아예 자리를 잡으셨다. 분명 아는 얼굴인데 기억이 안나는 언니는 인사하고 돌아선 뒤에 다시 헐레벌떡 따라와 자몽을 사다 안겼다. 시장에서 밥 먹으면서도 지나다니는 아는 사람들과 인사해야 했다. 그 사이 물가가 올랐을 거라고 각오하고 갔는데 오르긴 커녕 그 누구도 우리에게 외국인 가격을 받지 않았다.


초대받아서 밥 먹으러 가도 예상못한 깨달음이 있었다. 전에도 밥을 먹고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즐겁고 편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번에 비하면 예전은 손님의 느낌이 강했다고 해야 하나. 동생들에게 몇 번이나 쓴 단어인데 '친정집'의 느낌이 정말 정말 신기했다. 자식들이 결혼하고, 애를 낳고, 그렇게 불어난 가족들과 왁자지껄 밥을 먹고, 막내 중심으로 설거지 하는 동안 아이들과 놀고, 아저씨랑 수다 떨고, 후식 먹으며 또 함께 이야기하고.. 특히 리우 아줌마네서 온 가족이 대문 밖까지 나와 끊임없이 배웅하고 또 하는 모습을 뒷걸음치며 바라봤을 땐 진짜 울컥했다.


그래. 자랑질이다. 자랑할 게 써도 써도 끝이 없다. 만난 게 꿈 같다며,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며 우리 손을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마음 깊이 전달되는 감정이 있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동네에서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눈가가 시큰해졌다. 사람들이 우릴 아껴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걸, 나름 열정을 다 했던 그 시간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걸 알게된 것 역시 너무 기뻤다. 너희가 이 시골에 살면서 너무 고생했다고,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열심히 제발로 다녔다고 우리의 모습을 기억해 주었다. 그게 또 감사해서 돌아오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우리가 준비한 것을 안심하고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돌아가서 하고자 했던 것은 전적으로 '관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가 쌓아온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결국 그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 이건 비단 이번 방문 뿐만 아니라 앞으로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신호였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이 공개블로그에 쓸 수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발이 되어 주는 쎄옴 아저씨들. 그렇게 함께 해놓고 이번에 처음으로 찍었다. 왼쪽부터 당 아저씨, 쌍 아저씨, 하이 아저씨. 이 분들 말고 두세 분 더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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