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Hue) - 카페/레스토랑 정리합니다 下 붙박이 청산

Take 
종목: 일식
주소: 34 Tran Cao Van
외국인 비율: 90%
특이사항: 혼자 가면 거의 합석해야 하는, 맛이나 가격이나 무난한 일식당


합석을 한다는 건 인기가 너무 많아 항상 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가보면 알겠지만 가게 내부가 좁은 편인데, 몇 개 안 되는 홀 좌석이 전부 다이너처럼 4인용 부스형 테이블과 붙박이 소파다. 이러니 단체손님용 룸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나홀로족은 합석하는 경우가 다반사. 아, 그 데면데면한 분위기를 어찌 잊으리오... 
베트남 음식에 워낙 적응을 잘했지만 한국에서도 된장찌개 먹다 짜장면 먹기도 하듯 역시 다른 게 당기기도 하는데 내 경우에는 스시였다. 여린에서 먹는 음식이 뭐랄까, 대부분 산뜻하고 담백한 느낌은 없어서 말이다. 거기다 차갑게 식혀둔 맥주와 스시의 조합이라니! 혼자 가서 스시 몇 점에 맥주 시켜놓고 먹다가 스시 추가, 마시다가 맥주 추가, 매번 배부르게 잘 먹었다. 호텔급은 아니어도 나름 괜찮게 나오는 편이고 돈부리, 야끼 등 더운 음식은 그냥 구색맞춘 수준. 그래도 일식집답게 물티슈를 무료로 쓸 수 있다. 마치 한식집에서 시원한 물 돈 안내고 마시듯이.



코도모노이에 
종목: 일식
주소: 12 Chu Van An
외국인 비율: 100%
한줄소개: 맛은 미묘하지만 베트남 청소년을 돕는 것에 의의를 두는 방문


타케가 나름 중급(현지에선 중고급)의 스시집 분위기라면 여기는 인테리어도 메뉴도 가정식 분위기다. 코도모노이에(한국말로 ‘아이의 집’)는 하노이의 KOTO처럼 거리의 청소년을 교육시켜 식당을 운영하는 NGO 식당. 위치가 여행자거리에 있기도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인지 이러나 저러나 손님이 좀 오는 편이고 벽에는 쓰나미 때 일본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가득. 
일하는 애들은 아직 정식 서버교육을 받지 못했는지, 잘 못한다기보다 손님을 좀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지들끼리 안쪽에 들어가 수다 떠는 모습이 그냥 귀여웠다. 테이블 세팅이나 식기도 무난한 편이고 다만 맛은.. 타케와 비슷한 가격대를 감안하면 훌륭하다고 하긴 어렵다. 의미없는 건의사항이지만, 아이템을 일식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싶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운데다 애들이 수줍어해서 활기찬 식사가 되진 못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안 갈 이유가 없다면 가보는 것도 좋겠다.



Nina’s café 
종목: 카페, 레스토랑
주소: 16/34 Nguyen Tri Phuong
외국인 비율: 100%
한줄소개: 맛있는 음식, 저렴한 가격, 아시안에게 불친절한 니나


아무래도 오래 있다 보면 결국 가이드북도 뒤적이고 trip advisor도 들어가보고 네이버 검색도 해보게 된다. 한식이 먹고 싶어 찾아본 서울식당과 일식이 먹고 싶어 찾아본 타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들 추천에 가본 식당. 검색마다 워낙 자주 걸려서 대체 어떻길래 하는 마음에 갔었다.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고 메뉴가 다양함에도 거의 실패가 없다. 뭐든 맛있게 혹은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편. 가격도 외국인 식당에 비해 높지 않다. 처음 갔을 때- 여행자로 가득한 소란스러우면서 아늑한 분위기, 잔잔한 팝송, 밤의 썰렁한 공기를 데우는 진저밀크, 영어회화 연습이라는 목적이 티가 좀 나긴 해도 열심히 말 걸고 친절하게 구는 알바생 등등에 단박에 매료됐었다.
그럼에도 이곳이 별로인 단 하나의 이유는 레스토랑의 이름이자 접대를 책임지고 있는 니나 때문. 젊고 예쁘고 영어 잘하는 니나는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인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아시안에게 친절하지 않다. 착각일까, 오바일까, 스스로 검열도 했지만 확실하다. 처음 느낀 이후로도 너댓번은 더 갔고 그때마다 그랬으니까. 워낙 혼자 가다 보니 말 걸기가 좀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일행과 같이 갔을 때도 마찬가지. 대놓고 그렇진 않아도, 단박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들어올 때부터 환한 미소로 반겨주며 여행에 대해, 메뉴에 대해 이것 저것 이야기하고 어떤 요청에도 웃으며 응대하고 돌아갈 때 문 앞까지 와서 인사하는 건 오직 서양인들을 향해서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팝송 역시 마찬가지. 나 혼자 있을 땐 틀지 않고 서양 여행객이 들어오면 급하게 트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추가주문을 해도 미소따윈 없다. 
나름 메뉴에 김치볶음밥도 있고 블로그에 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은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내게 좋았던 건 오히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니나의 부모님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날이라며 초콜릿도 주고, 베트남어로 더듬거리는 모습을 좋아하셨다. 
사실 베트남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것이 바로 이런 경험. 차라리 베트남인이 최고라며 외국인을 싸그리 무시하거나 바가지 씌우는 게 낫다. 영어를 좀 하는 관광지의 베트남인들 중 이렇게 같은 아시안을 무시하고 백인들에게만 친절한(때론 굽신거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서양권에서 아시안이라고 무시받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기분이 나쁘다. 내가 들어설 때만 해도 현지인인 줄 알고 불친절했다가 외국인인 걸 알고 잘해주는 경우도 있다. 기분 더러운 건 마찬가지다. 왜 외국인이라고 잘 해 주는데? 왜 같은 나라 사람을 무시하는데?
이럴 때마다 정이 떨어지면서도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우리의 모습에 더 씁쓸하다. 난 그나마 베트남의 한국인인지라 아주 가끔 경험했지만, 한국의 동남아인은 하루 걸러 하루 꼴로 당하는 일이 아니겠나. 정말이지, 인종가지고 국적가지고 차별하지 말자.



서울식당
종목: 한식
주소: 73 Ben Nghe
외국인 비율: 확인못함
한줄소개: 훼 유일의 한식당


베트남 음식이 워낙 잘 맞아서 한국 음식이 엄청 그립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심적으로 힘들 때 일종의 보상차원으로 먹었다. 베트남에 간 뒤 반 년 정도가 지난 후에 처음으로 여기서 한국 밥을 먹었는데 그때 놀랐던 건 음식이 아니라 바로 젓가락. 얇고 차가운 스테인리스 젓가락의 감촉이 어찌나 낯설고 또 반갑던지. 
훼 유일의 한국식당인 이곳은 갈 때마다 홀 전체에 손님이 나 혼자밖에 없어 좀 난감했다(그래서 비율을 확인할 수가 없다). 물론 한국 단체 여행객들은 필수코스로 들리지 않을까 싶지만... 맛은 보통(한국에 있는 식당이라고 다 맛있던가), 가격은 그냥 저냥, 서비스는 일반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내 보기엔 일단 외관부터 개선해야 될 것 같다. 미묘한 간판도 그렇고 친절한 설명없는 쇼윈도도 그렇고(실제로 밥을 먹으며 바깥을 보면, 앞에서 슬쩍 훑어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아예 한국적으로 꾸미던가 아예 모던하게 꾸몄음 좋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분위기에 낡기까지 했다. 위치마저도 좀 별로인지라 가보면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름 힘들 때 날 위로해주던 곳인데… 호치민이나 하노이 거주자는 이해 못하겠지만 중부의 한국인에게 서울식당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곳마저 없으면 버스 4시간 타고 다낭까지 내려가야 한단 말이다. 절대 문닫지 말고 난국을 헤쳐나가길!



분헨 
종목: 로컬음식
주소: Han Mac Tu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훼에서 꼭 맛봐야 하는 특산물


분헨은 가게 이름이 아니라 음식이름으로 분은 얇은 쌀국수면이고 헨은 조개. 훼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채취한 작은 조개가 들어간 음식이 훼의 특산물이다. 길거리에 널려있는 게 분헨 집이지만, 헨 파는 집이 모여있는 Han Mac Tu 거리에 가보길 추천. 한 그릇의 양이 작고 가격이 싸서 보통 두세그릇은 기본으로 먹는 듯하다. 분헨은 면, 짜우헨은 죽, 껌헨은 밥. 셋 다 맛있고 종류별로 한 그릇씩 다 먹어도 적당하다. 민물조개다 보니 약간 비릿한 맛은 있지만 이런 거 안 좋아하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역시 식당은 로컬이 짜장.
(왼쪽이 면과 비벼 먹는 분헨, 오른쪽은 죽으로 만든 짜우헨)



반깐 
종목: 로컬음식
주소: 24 Tran Phu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한 그릇 더 먹을까 말까 매번 고민하게 되는 맛


분헨과 마찬가지로 반깐 역시 음식 이름. 반깐을 파는 식당은 많지만 이 집 맛을 따라오는 집은 없더라.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외국인 거리나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오직 이거 한 그릇 먹겠다고 택시타고 왕복을 허다하게 했으니 말 다했다. 우동보다 더 두꺼운 면에 종류에 따라 새우, 생선 이런 게 들어가는데 그냥 국수라기엔 좀 미묘하고.. 어쨌든 진짜 맛있다. 테이블에 있는 햄과 메추리알도 꼭 까서 넣어야 한다(물론 값은 추가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이것저것 바닥에 버리는 완전 로컬식당인데 이름은 모르겠고 반깐만 판다. 먹고 가고 포장해 가고 언제나 붐비는 알짜배기 맛집. 훼 음식인지라 여린엔 없는데 훼 토박이 애들이 데려가줘서 알게 됐다. 
(왼쪽이 이 집의 반깐, 오른쪽은 피쉬볼 같은 게 들어 있는 다른 집의 반깐)



Pho Saigon 
종목: 로컬음식
주소: 6 Nguyen Van Cu
외국인 비율: 70%
한줄소개: 훼에 왔다면 이곳의 튀긴 고기찐빵은 필수로 먹어줘야


현지인도 있지만 주로 가이드들이 데려오는 소그룹의 외국인들을 많이 봤다. 그렇다보니 로컬식당이면서 좀 깨끗하고 메뉴는 다양하다. 국수, 밥, 튀김, 베트남의 알려진 메이저 요리들이 거의 다 있고 맛도 무난한 편. 사실 4만동짜리 남부식 쌀국수는 많아서 남길 정도였으니 가격도 양도 괜찮은 편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사진 속의 저 찐빵! 찐빵인지 중국식 고기만두인지 아무튼 진짜 맛있다. 살짝 튀겨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 앙꼬는 아마도 고기와 비계, 물렁뼈, 귀 등 뭐 이것저것이 들어갔을 것이다. 작은 것과 큰 것 두 종류인데 큰 걸 많이 먹었다. 근처 간 김에 사와서 호텔에서 저녁 대신 먹기도 하고 저것만 먹으러 가기도 하고 한때 푹 빠져 지냈음. 오토바이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가게 앞에서 저것만 포장해가는 현지인이 많았으니 아마 근처에서도 인기있는 간식인 것 같았다. 
사실 이거 하나 먹으러 간다고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근처 거리가 좀 예쁜 편이다. 공기관의 대형건물과 호텔들이 있는 Ly Thuong Kiet 대로를 걷다가 Nguyen Van Cu 거리로 딱 들어서면 무슨 말인지 안다. 올드하고 컬러풀한 건물들에 햇살까지 내리쬐는 날이면 금상첨화.

덧글

  • 고프로 2015/05/25 21:02 # 삭제 답글

    와... 우연히 들어왔다 반깐이랑 튀김만두 먹어보고
    댓글까지 남깁니다
    반깐 정말 대박이네요
    튀김만두 먼저먹어서 좀 배가 찬 감이 있어 먹을까 말까 하다 그냥 먹었는데
    국물 떠먹어 보는순간 눈이 휘둥그래... 와..맛있다!!!
    감사합니다 이런게 진짜 맛집이죠!! 장기 배낭여행자가
    인정했습니다!!
  • 만물상 2015/06/08 16:44 #

    어머나 감사합니다. 제 요리도 아닌데.. 솜씨있다고 칭찬받은듯한 이 기분은 뭘까요.ㅋㅋ
    덕분에 당장 훼로 날아가고 싶어지네요...(츄릅)
  • 호랑이약 2016/06/23 12:36 # 삭제 답글

    훼 가는 버스안입니다.
    포스팅된 글을 보니 각 장소들이 눈에 막 그려지네요.
    정성스러운 글, 좋은정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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