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Hue) - 카페/레스토랑 정리합니다 上 붙박이 청산

훼에서 가이드북을 보고 찾아 다닌 곳은 거의 없다. 일에 지쳐 쉬러 가는 게 목적이다보니 그냥 어슬렁거리다 눈에 띄는 곳을 가거나 훼에 있는 베트남 친구들이 데려가서 알게 되는 선. 실은 경험상 가이드북에 있는 외국인 대상 식당은 비싸고 맛없는, 혹은 생각보다 불친절한 경우가 많아서 피하는 편이다. 

내가 있었던 1년 동안 훼도 많이 변했다. 대도시에나 있을 법한 샵도 많이 생겼고, 리모델링하고 종목 변경한 Ruby나 아예 문닫은 Brothers는 좀 아쉬운 대목. 어쨌든 포인트로 찍어뒀던 레스토랑/카페를 소개('추천'과는 다르다)한다. 사실 외국인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거의 다 가봤는데 밑의 리스트는 좋든 나쁘든 적어도 2번 이상 혹은 훼 갈 때마다 방문했던 곳. 쓰려면 더 있긴 한데 정확한 주소나 사진이 없어서 걍 패쓰한다. 아 이거 하나만은 꼭. 리틀이태리인가, DMZ호텔 쪽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절대 가지 마시길. 심각하게 맛이 없어서 돈 아깝다.




LE. PASTA PASTA
종목: 바,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
주소: 28 Pham Ngu Lao
외국인 비율: 95%
한줄소개: 구분 안 되는 쌍둥이 아티스트들의 갤러리 겸 사랑방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입구가 좁은 편이라 밖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들어가보면 여느 카페와 다른 분위기에 놀란다. 여행지의 외국인 전용 카페도, 어떻게 꾸며도 베트남의 향기가 나는 로컬 카페와도 다른 그야말로... 걍 홍대 카페. 적당히 던져진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 벽면을 채우고 2층까지 이어진 라커페인팅, 아무리 봐도 고수의 손이 닿은 듯한 분위기의 원인은 주인장인 쌍둥이 아티스트 때문이다. 
주인 덕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찾는 편이고 바를 담당하는 요리사 겸 바리스트는 비정기적으로 바뀐다. 20대 중반의 떠돌이 브라질리안(물론 그도 아티스트)이 한창 있더니 왠 거구의 미국 아저씨로 바꼈음. 브라질 청년은 어디 갔냐고 다른 아티스트에게 물어봤더니 “어딘가로 떠났다”고만...
여튼 홀로 작업하기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이 근처는 카페라고 해도 로컬이 아닌 이상 레스토랑에 가까운 느낌인데 여긴 노트북 들고 종일 개겨도 상관없는 분위기. 해가 지고 더위가 누그러지면 밤공기 마시며 Beer Hue도 한 병 마시며. 오픈은 8시로 빠르고, 쌍둥이 아저씨들이 카드놀이를 끝낼 때 닫는다.

* 이럴수가. 2014년 8월 현재 레 파스타는 없다. 시간이 없어 자세히 알아보지 못하고 왔는데 누가 소식 좀 안다면 알려주시오.
 



Bee Coffee 
종목: 카페
주소: 6/20 Nguyen Cong Tru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흡사 홍대 카페에 온듯한 인테리어, 일본 메이드 카페에 온듯한 알바들


길에서 발견한 자그마한 간판 덕분에 들어갔다. 사진만 봐도 훼에 이런 곳이? 싶은 카페. 자꾸 홍대 홍대해서 좀 그렇지만, 레 파스타와는 외국인 방문자에서 명확히 차이가 난다. 뜨내기 여행자든 세상 달관한 고수든 대부분 서양 여행자들이 드나드는 레 파스타는 독특하면서도 여유롭고 루즈한 분위기가 있는데, 이곳은 정반대다. 서울로 치면 합정이나 상수 쪽이 아니라, 홍대입구나 주차장거리 쪽의 대형 카페 같은 느낌. 
한창 시간엔 꽤나 넓은 1층 홀, 아기자기한 2층 실내, 2층 야외석 전부가 차서 앞사람 말소리도 잘 안 들린다. 자리를 채운 대부분은 소위 훼의 핫플레이스를 즐기는 청년들. 시끄러운 것 외에도 1층은 어두워서, 2층은 좌석이 불편해서 작업은 불편하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진짜 도시 카페스러운 메뉴도 있고, 무엇보다 조금 촌스럽지만 열심히 꾸미고 온 젊은이들 구경도 쏠쏠하고. 몇 명의 남녀가 함께 와 서로를 탐색하기도 하고, 남학생 예닐곱 명이 우르르 음료를 시키곤(물론 로컬카페에선 찾아볼 수 없는 종류) 반도 안 마시고 우르르 나가버리기도 했다. 
아, 참고로 알바생들은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교재로 삼은 듯 염색한 머리에 교복 느낌의 유니폼을 갖춰 입었다. 이러면 홍대가 아니라 아키하바라인가?



PNC Book Cafe
종목: 카페 
주소: 15 Le Loi
외국인 비율: 50%
한줄소개: 작업하기에 불편한 테이블, 꽤 넓은 강변 야외석, 전반적으로 더럽게 맛없는 메뉴


프엉남 문화주식회사(Phuong nam corporation, www.pnc.com/vn/en)에서 각 도시마다 만든 체인점 중 하나.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프엉남은 영상 미디어 제작, 문구생산, 서점경영, 출판업무.. 여튼 총체적인 문화사업을 하는 모양인데 샵은 부실한 교보&핫트랙 느낌. 레 파스타에서 본 아티스트들의 전시회 브로셔 등에 PNC가 자주 찍혀있는 걸 보면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듯했다.
여튼 훼에 북카페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이 퀄리티가 높고 좋은 것이 많다 하여 갔었다. 결론적으로 기념품은 비싸고 독특하지 않고, 책은 영문서적은 커녕 베트남어도 종류가 굉장히 적고, 음료는 굉장히 부실하고, 조각케잌과 타르트 등은 욕먹을 수준. 근데 왜 쓰느냐? 이 리스트가 추천리스트가 아닐 뿐더러 ‘북카페’라는 것에 혹해서 갈 사람이 분명 있을 듯하여. 
그래도 내부에 테이블 사이가 멀어 쾌적하긴 하고, 안쪽에 보면 작게 무대가 있어 소규모의 공연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야외 테이블이 좀 괜찮음. 테이블 자체가 괜찮다기 보다 꽤 넓은 규모로 강변에 펼쳐져 있어 위치 하나는 잘 잡았다 싶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플라스틱 테이블의 로컬노천카페를 좋아하지만 가끔 이런 곳에서 perfume river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Ben Xuan
종목: 카페
주소: Vina 호텔(Phu Hoi, 57 Nguyen Cong Tru)을 찾은 뒤 호텔을 끼고 골목 끝을 돌면 된다.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외딴 곳에 자리잡은 여유로운 강변카페


단순하게 소개했지만 여길 내가 몇 번이나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매일매일, 하루종일, 뭐 이런 흐름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가이드북에도 안 나오고 골목 끄트머리를 돌아야 보이니 외국인이 있을 턱이 없는 전형적인 로컬카페. 그래도 현지인들은 아침부터 북적거린다. 
와이파이 빵빵하고, 커피 맛있고, 싸고, 위치 좋고. 탁 트인 풍경은 아니지만 커다란 나무 사이로 초록색 강(녹조인가..)이 바로 앞에 있고, 옆은 다 트고 천정만 있는 구조라 야외카페처럼 풍경과 바람을 즐기면서 햇빛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미묘한 90년대 팝송도 나름 분위기 있고 외국인이 없다 보니 알바생들이 심하게 친절.
베트남은 아침이 커피타임인지라 오전 일찍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점심이 시작되는 11시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한 두시간 정도는 주변에 사람없이 거의 나홀로 즐길 수 있는 카페. 워낙 좋아하는 곳이라 이렇게 알려도 될까 싶지만 뭐 이걸 누가 보겠나 싶고. 다만 물가라 그런가 모기가 좀 많다는 게 흠이지만 긴 바지를 입거나 책상다리로 올라앉으면 그만이다.



Casablanca’s café
종목: 카페
주소: 20 Nguyen Tri Phuong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사립고교의 체육수업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90년대 풍의 아늑하고 친절한 카페


뭐든지 발품을 팔아야 하는 법. 베트남항공 사무실에 갔다가 오는 길에 택시 대신 두 다리를 선택한 게 행운이었다. 바로 앞의 고등학교에선 풋풋한 젊음들이 오락가락하고, 햇살 드는 카페 안에는 오래된 팝송이 흐른다. 낡은 테이블과 LP판, CD장이 정겹고 외국인 손님에 당황한 알바생들은 귀엽고. 마치 90년대 대학가의 카페에 온 느낌. 
밤에는 또 색다르다. 큼지막해서 더 특이한 간판에는 불빛이 가득하고 파라솔 아래 야외석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이곳에서 오랜만에 조지 벤슨의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들었던 시간이 잊혀지질 않는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낮 타임의 알바여학생은 훼대학 한국어과에 재학 중. 유학 갔다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해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끝없는 애정이 샘솟는 카페.



PIANO CAFE
종목: 카페
주소: 11 Tran Thuc Nhan
외국인 비율: 0%
한줄소개: 피아노 연주가 있는 훼 젊은이들의 메카 


외관도 그렇고 내부 분위기도 그렇고 훼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도 그렇고. 왠지 이래저래 우리나라 90년대 후반 카페 분위기다(카사블랑카도 이 표현 썼는데.. 로컬카페의 인테리어가 좀 고급스러우면 우리 시선엔 딱 90년대가 되는지라).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그랜드피아노 연주가 있기 때문. 그래서 이름은 물론 인테리어도 피아노 건반이 컨셉이다. 이루마풍의 잔잔한 음악도 나쁘지 않고 커피는 당연히 외국인 전용 카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낭의 Ba Duong과 마찬가지로, 현지인들은 모르는 이가 없지만 외국인들은 모르는 곳.
좀 웃긴 건 여기나 bee coffee나, 조금 ‘있는 체’하는 젊은 애들을 종종 볼 수 있다는 것. 보통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들고 무언가를 하며 슬쩍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이따금씩 주변을 훑는다. 귀엽... 암튼 이곳에서 본 녀석은 연주하는 내내 ‘나 클래식 좀 압니다’ 하는 표정으로 제스쳐까지 하며 감상하다가 중간 중간 아무도 안 치는 박수를 혼자 쳐댔다. 짝짝짝짝이 아니고 짜악짜악짜악 이렇게. 역시 감각은 만국공통인가, 같이 있던 베트남 여자애들이 어찌나 재수없어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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