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찌여행: DMZ (벤하이강, 히엔릉다리) 흔치 않은 정보

사실 꽝찌에 오는 외국인 대부분은 훼에서 DMZ 투어로 오는 여행객들이다. 보통 하루코스로 빈목, 벤하이강의 히엔릉다리, 케산기지 등을 둘러본다고. 이 시골에서 서양인 가득한 대형버스가 돌아다니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나야 동네주민인지라 해볼 일은 없지만 대충 검색해보니 다들 썩 좋은 평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훼에서 출발하면 워낙 이동시간이 길다. 훼에서 동하까지 1시간 반은 잡아야 하는데 빈목은 동하 북동쪽이고 케산은 동하 서쪽이다. 이곳 저곳 왔다 갔다 하면 줄창 버스에 있는 느낌일 테고, 딱히 베트남 전쟁에 관심이 없다면 이런 저런 설명을 들어봤자 지루하니까.

그럼에도 꽝찌가 베트남 전쟁에서 중요한 지역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우리 38도선과 같은 17도선이 지나가는 곳이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아직까지 전쟁이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살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스치듯 보고 지나가서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기록을 보고 그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그 시간을 기억할 의미가 있는 곳이다. 


제네바 협정에 따라 남북이 분열된 뒤 군사경계선을 따라 북위 17도선에 설치된 것이 베트남 DMZ다. 17도선을 따라 흐르는 벤하이강이 그 경계가 되고 남북을 구분하면서 연결하는 히엔릉 다리가 있는 곳이 바로 여린. 그래서 DMZ는 내게 관광지가 아니라 그저 내가 사는 지역의 일부분이자, 과거를 잊지 않게 해주는 하나의 이정표와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게 이곳은 가장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 근방이 Free Fire Zones(무제한폭격지역)였다고는 하지만 사실 현재 모습으로는 그 시절을 떠올리기 힘들다. 히엔릉 다리가 있는 쯩하이 지역은 온통 평지다. 주변엔 온통 논이고 길은 잘 닦여 있고 다리 주변의 각종 기념비와 건축물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린다. 특히나 아직 DMZ가 유효한 한국인들에게는 더 해서, 뭔가 긴장감 가득한 한국의 그것과 달리 평화로운 농촌 풍경의 일부에 불과한 베트남의 DMZ는 그저 ‘볼 것 없는’ 관광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 보잘것 없는 풍경이 이곳 사람들이 40여 년 전만 해도 꿈도 꿀 수 없었던 풍경이라는 걸 떠올리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분단 당시 히엔릉 다리는 북쪽은 붉은색, 남쪽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그 색깔만큼이나 확연히 남북을 나누는 상징이 됐다. 이 다리를 가로지르지 않고 남으로 혹은 북으로 가는 건 불가능했고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별칭도 붙었다. 

전쟁 당시 DMZ는 그야말로 불바다였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고, 수시로 네이팜이 터졌다. 다들 알듯이 네이팜탄은 완전 연소를 시킬 때까지 꺼지지 않는 화염을 동반한다. 아직도 곳곳에 패인 흔적을 볼 수 있고 녹슨 파편이 발견된다. 벤하이강 유역 전체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사용한 양보다 많은 포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숨막히는 그 시기 자료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조용하고 특별할 것 없는 지금의 풍경이 오히려 감사하다는 걸 알게 된다. 


원래 다리 중간지점에 가면 과거 남북 베트남이 갈라져 있던 경계선을 나타내는 빨간 점을 볼 수 있었다. 자세히 찾지 않으면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가보니 교각 양 옆의 회색 페인트칠을 다시 해서 이리저리 튄 페인트 자국 때문에 더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 다리를 직접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건 역시 매력적이다. 흐르는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나무판을 하나 하나 밟으며, 짧고도 긴 이 다리에 얽힌 그네들의 이야기를 조금 생각해 본다.

다리 북쪽에 있는 기념관도 들어가 볼만 하다. 흔한 기념관이라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이곳에 온 초반에는 딱히 볼 것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에서 답사 차 왔던 분을 안내했을 때 사진 하나 하나, 내용 하나 하나 설명하고 둘러보느라 한참 시간이 걸렸다. 왜 기념관마다 대공포가 전시되어 있는지, 왜 아낙들이 둘러 앉아 깃발을 만드는 게 중요했는지, 방송 촬영팀이 와서 인터뷰를 할 때 주민이 “바나나 나무와 고무나무가 다 죽었다”고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엔 몰랐다. 

이곳에 온다고 전쟁의 흔적을 느낄 수는 없다. 아마도 단체 관광 투어로 온다면 그 설명조차 빈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아직까지 삶에 영향을 주는 과거이자 현재다. 여기 와서 정말 전쟁 때 남겨진 파편을 줍는다던가 상이군인을 만나는 걸 행운으로 생각하지 말길.
 




* 현재 이 지역에서는 독일의 SODI, 영국의 MAG 두 INGO가 지속적인 지뢰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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