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로컬버스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실 가장 큰 부분은 돈. 그러니까 버스비. 얼마를 내야 할지 감도 안 잡힐뿐더러 얼마를 내도 비싸게 낸 듯한 느낌이 드니까. 그렇다면 현지인과 같은 가격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첫째, 현지인과 다름없이 베트남어를 잘 한다.
둘째, 현지인 코스프레가 가능한 외관을 갖춘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답 없다. 그냥 좀 비싸게 내도 참으시길.
참고로 이건 터미널에서 티켓을 사는 게 아니라 요금을 직접 내고 타는 경우를 말한다. 여린에서처럼 지나가는 버스를 탈 때나 혹은 많이들 타는 다낭-호이안 구간 같은 경우. (다낭 시내를 돌아 마블마운틴을 들러 호이안까지 가는 노란버스는 외국인들이 그나마 타게 되는 로컬버스인데, 시내에서 마블마운틴까지 한 사람당 10만동씩 낸 일본인들을 본 적 있다. 난 그 사람들 내리고 30분 후 호이안에서 내릴 때 2만5천동 냈음. 근데 이것도 현지인에 비하면 좀 더 낸 가격)
사실 비싸게 받는 건 다 외국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좀 비싸게 불러도 외국인들은 그냥 내니까 점점 더 가격이 오르는 것. 그래서 여린에서 타고 다니는 버스는 거의 바가지가 없다. 물론 내가 적정가를 알고 간단히 베트남어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인, 특히 한국인인 걸 알고 이것 저것 물어보며 오히려 더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여기라고 나쁜 사람이 없으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분명히 있는데, 몇 번 경험을 해본 결과 추천하고 싶은 건... 그냥 내라는 것. 미리 값을 물어보고 타는 게 제일 좋지만 일단 타고 내는 상황에선 절대적으로 승객이 불리하다(보통 일단 버스를 잡아탄 뒤 돈 내라고 할 때 목적지를 말하고 돈을 낸다).
로컬버스는 돈 계산하고 사람 태우고 내려주는 일종의 차장과 운전사, 이렇게 두 명이 같이 다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로컬버스 차장처럼 억센 사람들이 없다. 거기다 본격적으로 싸울 태세를 갖추더라도 이미 실려가고 있는 내 몸은 전적으로 이들의 손에 있다. 물론 흥정을 해서 적게 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정하고 비싸게 받는 사람들이라 이게 안 통하는 사람들도 많고, 여행자들이 그 정도로 베트남어를 구사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당하고 있다고 해서 버스 안 승객들이 도와주지는 않는다. 처음엔 돈을 비싸게 내는 것보다 이게 훨씬 상처였다.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데. 내가 먼 이곳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데.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버스랑 실갱이 한판 하고 나면 눈물이 그렇게 났더랬다. 베트남 꼴보기도 싫어! 다 때려치고 돌아가고 말지!
지금은? 워낙 현지적응 상태라 그렇게 바가지 쓸 일이 많이 없기도 하거니와 실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어차피 외국인 가격을 따로 매기는 게 당연시 되는 베트남 문화인데다, 내가 베트남을 정말 좋아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온 외국인인지, 베트남 무시하고 거들먹거리는 돈 많은 외국인인지 다른 승객들이 알게 뭐냔 말이다. 이런 경우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나에게 관심갖고 도와주려 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게 외국인한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점. 현지직원과 같이 다닐 때도 당할 땐 당한다. 현지직원 혼자 경험한 에피소드도 엄청나다. 너무 비싸게 불러서 그럼 내린다고 했더니 컴컴한 외곽도로에서 내리라고 하질 않나(나도 이런 적 있는데 집에 못갈까봐 그냥 돈 내고 말았다. 직원은 정말 내렸다고) 창 밖으로 몸을 밀어 겁주질 않나. 역시 나쁜 사람들은 누구한테나 나쁜 것이다.
이것저것 길게 썼지만 로컬버스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수없이 타고 내리는 사람들 속에 이야기가 있고, 편지에서 오토바이까지 실을 수 있는 모든 걸 전해주는 우체부 역할도 한다. 물론 운전사 아저씨가 연신 피우는 담배연기가 들어오기도 하고 에어컨 없이 달리는 한 여름의 버스 안에서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재밌지 않나? 외국인들 가득한 씬 카페 버스보다 훨씬 스펙터클하잖아.
Tip1.
가능한 맨 뒷좌석은 피하는 게 좋다. 가장 승차감이 안 좋다.
10인승에 20명이 타는 로컬버스 특성상 꾸역꾸역 타고 나면 내리기도 힘들다.
Tip2.
마스크 혹은 마스크 대용 손수건이나 스카프 필수(현지식 마스크가 가장 좋음).
담배연기와 먼지를 막는 것과 동시에 최대한 외국인 티를 내지 않도록 한다.
Tip3.
타기 전 작은 돈을 준비한다. 7만동 부르는 걸 5만동으로 깎더라도,
20만동짜리 밖에 없으면 흥정이 어렵다. 13만동 거슬러주는 걸 막을 순 없으니.
Tip4.
로컬버스는 일종의 개인사업이다보니 차량 외부에 크게 이름이 쓰여 있고
내부엔 전화번호 등이 붙어 있다.
꽝찌~꽝빈 근처에서 버스를 탄다면 Thanh Ngan이라는 이름이 적힌 버스는 타지 말 것.
완전 악질이다. 나도 현지직원도 똑같이 당했음.
Tip5.
참고로 2013년 3월 현재,
여린 – 동하 20,000동 (약 20분 소요)
여린 – 훼 50,000동 (약 2시간 소요)
여린 – 다낭 100,000동 (약 4시간 소요)
이 정도면 현지인 가격이다. 건투를 빈다.


덧글
푸른별출장자 2013/03/05 21:25 # 답글
랜드마크 빌딩으로 간다고 하니까
50만동 콜 ??? 명절이다 택시없다 (25불 정도... 대만 한국이라면 싸다... 하지만 베트남)
싫다 30만동 오케?
안된다 50만... 알아봐라... (다른 기사들에게도 자기는 50만동 불렀다는 식으로 큰 소리를... 담합의 냄새)
ㅋㅋㅋ... 현지 친구에게 전화 때리고 담배 한대 피고 여유잡고 있으니까 한 기사가 오더니 저쪽으로 가잰다... 이거 베트남에서 칼 맞는거 아냐 싶었지만...
그 기사 30만동 오케... 자기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야 되는데 빈차보단 나아서 태워준다
요즘 그 돈으로 못 탄다 어쩌고...
ㅎㅎㅎ... 그래서 30만동에 팁 2만동 얹어 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