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사이의 근황 낯선 일상

1. 
요새 집 밖을 나갈 때마다 평균 다섯 번은 멈춰서는 것 같다. 
시장 아줌마들, 쎄옴 아저씨들, 돌아다니는 아는 사람들, 내 존재를 알고 궁금해했던 모르는 사람들. 
눈만 마주치면 붙잡는데 재밌는 건 하는 얘기가 기본적으로 똑같다. 
설인데 고향에 안 갔냐(사실 이것 때문에 다들 날 보자마자 놀란다), 한국은 언제 돌아가냐, 
혼자 nha khach(내가 사는 숙소)에 있는 거냐, 부모님 그립지 않냐, 치료사는 돌아갔냐, 통역은 다시 오냐. 
녹음기마냥 똑같이 대답하고 chuc mung nam moi, an tet vui ve 한 번 해드리면 매우 만족스럽게 대화 종료. 


2. 
한 2주 전부터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이전 글에 썼지만, 이번 주의 여린현은 진짜 미어터진다. 
특히 젊은이들이 엄청 늘었다. 도시로 나갔던 애들이 이렇게 많았나보다.
(소식에 따르면 하노이와 호치민은 텅텅 비어가는 모양)
시장 좌판이든 가게든 원래 주인 혼자 있던 곳에 젊은 애들이 하나둘씩 꼭 늘어있는데, 
아마도 설 동안 고향와서 부모님 도와드리는 자식들이겠지. 
집 앞 사거리를 지나가는 각종 버스에선 뭔가 이고 지고 자식 손을 붙잡고 내리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그나저나, 시장에서 누군가 선생님! 하고 한국말로 부르길래 돌아보니 고용지원센터 학생이었다.
눈물이 핑돌 정도로 반가웠네.


3. 
오후 시장에 갔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평소 만동짜리로 먹는 분팃능을 처음으로 큰맘먹고 만오천동짜리 달라고 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툭 치길래 보니까 탄네 엄마. 
선생님이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 걸 보니 연휴는 연휴인가보다. (탄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
이런 저런 얘기하고 일어서는데, 글쎄 내 분팃능 값을 내준다. 아이고 됐다고 하는데 만나서 반가워서 그렇단다. 
아, 만동짜리 먹을 걸.


4. 
홍 아줌마네서 쩨를 먹었다(역시 아줌마도 날 보고 놀랐다. 근데 왜 자꾸 먹은 얘기지.. 같은 날은 아니다). 
또 돈 안받으실까봐 딸내미 응옥한테 얼른 5천동 쥐어주고 가려는데 아줌마가 붙잡는다. 
아이고 괜찮다고 받으시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먹은 게 3천동짜리라 거스름돈 주시려는 거였다. 으음.


5.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 흘긋 보니 거미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거미야 어디에서든 매일 보는데 문제는 이게 타란튤라 마냥 크고 털이 나 있었다는 것.
아침엔 화장실 가는데 발밑에 뭔가 있어서 보니, 등부분은 바퀴벌레처럼 매끄러운 갈색에
배부분은 털이 북실북실하고 앞다리에 판 같은 게 달린 약 2.5cm 길이의 매우 기묘한 벌레. 물론 살아 있었다.
이젠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닌지라 두마리 다 능숙하게 처리했지만 분명한 깨달음은 있었다.
내가 아직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생물체들이 나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


6. 
도시는 모르겠고, 시골에서 설을 앞두고 1주, 2주씩 막 분주한 건 '청소' 때문이다.
그냥 청소가 아니라 1년치 때를 벗겨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거기다 우리 설빔처럼 옷을 새로 사는 건 물론이고 크게는 가구, 티비, 작게는 칫솔 같은 걸 새로 산다. 
전에 동네 운전사 아저씨랑 마트 갔을 때 아저씨가 칫솔을 사며 설날! 설날! 하길래
아니 대체 설날이랑 칫솔이 무슨 상관이냐고 치료사랑 같이 웃었는데.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래서 나도 오늘 업무는 오후로 미루고,
6시에 일어나 시장가서 아침먹고 온 뒤 점심 때까지 청소를 했다.
가구랄 것도 없는 짐들의 위치를 바꾸고, 헌 옷 잘라서 걸레질도 하고, 빨래도 하고,
옷장과 수트케이스를 탈탈 털어 곰팡이의 먹이가 된 옷들을 구출했다.
(중간에 통역이랑 통화했는데 집에서 화장실 청소하고 있단다)
한바탕 하니 속시원하긴 한데, 흠.. 이 포스팅에선 우울한 얘기 하지 않겠다!!


7.
내일, 아니군 오늘이네. 여튼 '또' 훼에 간다. 숙박 안하고 갔다 온 걸 빼도 이제 열 번이 넘는다(열 번째부터 카운트 포기).
하노이에 있는 녀석과 만나기로 했는데, 워낙 괜찮은 녀석이라 같이 보낼 시간이 기대 되면서도
한편으론 동네 사람들한테 좀 미안하다. 내가 고향도 안가고 여기 머물러 있다고 좋아들 하는데... 후후후

아마도, 한국가기 전 훼 방문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제대로 지나가기도 힘든 시장 전경을 찍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결국 실패하고
대신 한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
이게 꽃집처럼 보이지만 시장 안의 문구점이다. 설이 되니 본업과 상관없는 것들을 마구 팔기 시작.
이건 대부분 조화고, 시장 앞은 거의 꽃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주로 국화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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